딴짓/시즌 2 - 미제

프롤로그 - 실패를 뒤로하고 다시 시작하는 어썸, "혹시 술 좀 아세요?"

녕준 2020. 11. 4. 01:30

"달력 프로젝트는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치훈이 말했다. 팀 어썸의 이름으로 작년 첫 번째 프로젝트 순록을 마무리한 후, 2020년을 맞아 팀의 변화가 있었다.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새로 오시면서 팀 규모는 6명으로 늘어놨다. 인원이 증가는 팀 운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당연하게도 회비가 늘었고, 모두가 모이는 시간은 더욱 정하기 어려웠으며, 의사결정과정은 더욱 오래걸렸다.

 

처음은 늘 어렵다지만, 매우 간단할 것 같은 프로젝트가 3개월내내 진행되면서도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논의 끝에 달력 프로젝트는 종료하게 되었다. 이 또한, 쉽지 않았지만 개인의 판단으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도 , 신체적으로도 팀 캐미를 구성하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시즌 2는 준비끝에 5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웠고, 나 또한 외부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면역력이 안정적인 상태라 온라인 모임이 어려웠다. 개인적으론 심리적, 신체적으로 정말 쉽지 않은 상태였다. 중간 거대세포 바이러스까지 도지면서 많이 지쳤었다.

 

시즌2 초기 컨셉은 이커머스에 중점을 두고 실제 제품 제작단계까지 마무리하며, 수익 창출을 이뤄본다는 것에 있었다. 우린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구성으로 판매를 위해 최적화된 팀이었고, 분명 성과를 낼 수 있다 확신했다. 우리는 어떤 제품이 좋을지부터 아이디어를 냇고, 선택과정을 거쳐 2021년 달력을 만들어 팔아보자는 의견으로 답을 모았다.

 

진행 방식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서로 논의하고,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정해나가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논의와 선정 과정에 있었다. 아이디어를 각자 6명이 가져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두 재밌어 보였고, 신선했으며 충분히 고민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였다. 

 

문제는 바로 그 부분에서 시작됐다. 모두가 재밌어 보이고, 신선하다는 점은 아이디어를 최종 선택함에 있어서 논의에 굉장한 시간 소요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결국 그 논의의 끝은 다수결인 투표 형태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물론, 투표 방식이 잘못된 선택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매주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에서 6개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중 투표로 최종 아이디어가 결정된다는 방식은 어느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배제된다는 점, 이는 참여도 측면에서 불안감을 야기시킬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물론 불만을 갖는 다거나, 아쉬움을 내뱉진 않았지만 팀 운영 측면에서 이를 바라보니, 최종 결과물은 결국 어느 누군가의 생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생각과 생각이 섞이고 의견을 좁혀가는 과정을 거쳤지만, 마지막 단계에선 이 제품의 당위성, 완성도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만들어 냈다.

 

그 의문이 가장 감당하기 힘든 점이었다. 같은 인적 리소스, 당연하게도 따라 오는 자본적 리소스 투입은 필수불가결인 과정인데, 결과를 위해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쳤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팀의 리더인 치훈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한번쯤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고려되길 원했다.

치훈도 많은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닌 데, 왜 이렇게 지치는 지 모르겠어요. 정말 심플하게 만들어서 빠르게 결정해서 하면 될 것 같은데, 지금 이 상태에서도 문제가 많아보이고, 우리가 하고 싶고 재밌는 새로운 아이디어 기획이 이렇게 많은 데, 아쉽네요."

 

"저도 똑같이 생각해요. 달력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지금 3개월 째 이러고 있는 데, 이건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차라리 새로운 걸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치훈은 굉장히 아이디어가 많은 친구다.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재밌는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적은 아이디어 노트(나는 이걸 보물노트라고 부른다)가 있을 만큼, 재밌는 상상을 굉장히 많이한다. 그 상상이 단순히 공상 과학과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적으로 가능한, 적어도 이를 고려한 생각들이라 모든 것이 흥미롭고 시선을 끈다.

 

그 당시 치훈은 이미,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그 아이디어에 있어서도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 친구가 달력 만들기에 오래 이렇게 붙들고 있으려니, 다소 지쳐보였다.

 

치훈은 "6명 중 우리 둘은 생각이 같으니, 다른 분들과도 한 번 이야기해보고 새로운 진행에 대해 결정해 보도록할게요."하며 결정을 내렸고, 팀원 각각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6명은 3명은 달력을 중단하는 것에 동의했고, 3명은 달력을 이어가는 편을 선택했다.

 

초기 멤버인 재한님과 서연님은 달력을 그래도 한번 더 해보자는 것이었으며, 나와 치훈 님은 중단하자는 의견이었다. 새로 오신 2분도 의견이 갈렸다.

 

큰 틀의 고민은 이것이었다. 지나간 시간 투자 비용에 대한 아쉬움, 나아가 완벽한 끝을 내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반복된다면 습관화될 수도 있을 거란 우려가 있었다. 또, 달력을 이어해도 빠르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또한 틀린말은 아니었다. 작년 진행한 순록 프로젝트도 결국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기획과 목업 포트폴리오로 마무리 되어, 이의 반복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반대로, 달력 프로젝트를 중단하자는 의견은 여기서 더 진행하는 것은 매몰 비용이 더 커지는 것에 불과하며, 물론 다시 해도 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시 첫 기획단계부터 시작되어야 하는데, 이미 반복되는 회의에 지쳤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더 매력이 있어보인다는 의견이었다. 나 또한, 달력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에 한 표를 던졌다. 시간이 자날 수록 결과물은 길을 잃었다는 판단했고, 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시 첫 단계부터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눈 후 각자 생각해본 후 오프라인 모임에서 이에 대해 결정해보자는 의견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이 자리에서 치훈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또한, 치훈이 아이디어 노트에서 가져온 아이디어 중 하나를 하반기 프로젝트로 결정했고, 이를 진행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달력 프로젝트는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술 좀 아세요? 새로운 프로젝트는 주류 소매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거에요. 남대문 주류상가를 찾는 사람들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해주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 겁니다. 자세한 일정,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형준님과 이야기해보고 별도로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달력 프로젝트에 많이 지쳤을테니! 어썸 방학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3주동안 잘 쉬고, 저희는 3주 뒤에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상반기의 프로젝트였던 달력 판매 프로젝트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여기서 배운점은 프로젝트 운영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업무를 조절하고 조직이 굴러갈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6명이라는 숫자를 얕보았다가 너무나 쉽게 프로젝트가 무너졌다. 

치훈과 나는 본격적인 2기 시작에 앞서, 팀이 빠르게 목표지점에 도착하기 위한 베이스캠프와 안전장치 설치에 대해 논의하도록 결정했다. 몇 가지 고쳐할 점은 분명했다. 빠른 결정을 위한 의사결정 방식을 도입해야했고, 논의로 인해 길어지는 회의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3시간에 가까웠던 평균 회의 시간은 최소 2시간 이하로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익숙해지고 이상적인 회의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결정했다. 

 

전체 프로젝트 기간도 줄일 필요도 있었다. 순록은 8개월, 달력 제작 프로젝트는 3개월에 걸쳐서 진행됐었다. (심지어 끝을 맺지도 못했다.) 새로 시작할 프로젝트는 전체 기간도 6개월 미만으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의사 결정 방식도 당면한 문제였다. 회사가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였던만큼 최종 결정권자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다. 온라인 회의여서 그런 부분도 있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봐야만 알 수 있는 감각이 없었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이 원활치 않은 경우도 있었고, 한 분야에 대해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내다보니 내용도 더욱 길어졌다.

 

명확히 팀을 나눠주는 방식을 택했다. 나와 치훈은 PM팀을 맡아, 전반적인 프로젝트 운영을 총괄하고, 기획팀은 현업 기획자가, 디자이너는 현업 디자이너가 주축되어 하는 식으로 팀을 나눴다. PM, 브랜드, 기획, 디자인, 개발 등 모든 팀이 1~2명으로 구성되었기에, 각 팀마다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또한, 본업이 하는 일을 팀에서 하는 만큼 팀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기로 했다.

 

매주 한 번 회의 시간에 진행 사항을 공유하며, 질문과 피드백을 받되, 최종 결정권한은 팀에서 맡았다. 또한, 팀과 팀의 결정 분쟁이 생길 경우, 이는 PM의 의견을 따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회의는 매주 1번 진행하며, 온라인으로 진행시 항상 카메라를 켜고 의사발언진행권을 얻은 후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정했다. 빠른 운영을 위해 나와 치훈은 그 날 회의 안건을 정리하고, 진행 준비와 함께 시간체크와 함께 제 시간에 회의를 마치는 것을 룰로 정했다.

 

어썸 방학인 3주가 지난 후. 우리는 다시 모였다.

주류 프로젝트에 대한 가능성과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반기를 맞이했다.

 

그럼, 하반기에 만들고 있는 어썸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보고자 한다.


팀 소개

2020년 11월 현재, 어썸 팀은 10명이다. 하반기 프로젝트는 8월 말부터 진행했으며 새로운 4명은 개발자로 모셨다. 이는 현실로우리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기꺼이 동의해주시고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오늘은 1기 멤버만 우선 소개해드리고, 글에 새로운 분이 등장할 때마다 새롭게 소개해주도록 하겠다.

 

[1기 멤버]

치훈 

어썸의 창시자다. 생각을 정하고 실행으로 옮기기가 가장 어려운 데, 직접 팀원을 모았고 결국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운영까지 하고 있다. 어썸을 4명의 인원을 시작으로 이제 10명의 팀원으로 만들어 냈다. 아이디어가 가득한 보물 노트를 갖고 있으며, 현 프로젝트 아이디어의 시발점 역할을 하며 프로젝트 관리를 하고 있다. 

 

재한

다재다능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지식이 굉장히 풍부하다. 단순 디자인 능력뿐 아니라 디자인 방법론, 비즈니스 방법론, 타이포그래픽,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에 넓은 지식을 갖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의 생각을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가져오는 사람이기에, 가장 눈 부시기도 한다. 

 

서연

꿈 많은 기획자. 처음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획자라는 직업에 높은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굉장히 노력한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항상 기획에 관한 일로 하루를 채워나가고 있다. 그 와중에도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은 별도로 갖고 있는 것 보면, 새삼..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지 싶은 생각이다. 만약, 내가 대표라면 일의 결과에 대해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형준)

처음 사이드 프로젝트가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한 용도에 불과했다면, 지금 나에게 사이드 프로젝트는 하나의 탈출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를 통해 꿈을 꾸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동기부여가 된다. 글을 통해 기록을 남겨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