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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마지막날, 2019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일상/감각노트

by 녕준 2021. 1. 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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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마라.

 

1년이 또 이렇게 흘렀다.

코로나가 워낙 큰 이슈여서 대부분 코로나로 채워진 기억이 많지만

오로지 코로나로만 채우긴 아쉬워 기억을 위해 글을 남긴다.

 

 

아래 글은 네가 2019년 12월의 마지막 날에 쓴 글이다.

복잡한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을테지.

그래도 다행인 건 마지막은 이겨내보겠다고 마무리할 것이다.

 

[D-44] 2019년, 12월의 마지막 밤의 다짐.

신장 이식 환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 그 시작 | 마지막 출근과 퇴근이 이어졌다. 올해 5월, 지난 5년의 경력을 바탕으로 내가 가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보겠다며 입사한 지 7개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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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는 20년 10월 5일에 되어있겠지만,

브런치에 2019년 마지막날에 써놓고 작가가 되지 못한 비운의 글이다. ㅋㅋ

 

걱정하지마라.

그래도 결국 글은 멈추지 않고 계속 썼고, 

비록 공허하고 복잡한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와 이 병이 가진 좌절의 깊이와

빠져나오기 힘든 우울의 굴레를 썼지만, 마지막은 이겨내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작년에 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려니,

타임머신을 타고 순식간에 1년을 건너온 것 같다.

 

너는 아마,

오늘은 기다리고 있을테지.

오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살아있을까, 건강할까, 수술은 괜찮았을까,

아버지는 괜찮을까, 수술이 잘 끝났다면,

난 회사를 다니고 있을까?

아니면 더 쉬고 있을까?

 

아주 생각이 많을거다.

 

1년 전 너는 이렇게 걱정이 많았지만,

그래도 결국 1년 잘 버텨냈다. 그리고 다시 너에게 편지를 쓴다.

그렇다고 해서 너의 1년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걱정하지마라.

수술은 잘 끝났다.

그리고 그 고통도 엄청 겁먹었던 것만큼 아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하기엔,

음...뭐랄까 매우 불편한 것들은 있었다. 그러나, 그건 극복가능한 수준이다.

 

걱정하지마라.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아주 천천히 몸은 회복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몇 달동안은 쉽지 않을거다.

몸이 뜻대로 안 움직이고 피곤하고 밤에 잠도 잘 잘 수 없다. 

그래도 이야기한대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질거다. 걱정하지말고 잘 보내자.

 

넌 그래도 다행히 그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로 결정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한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병원을 입원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그래도 걱정하지마라.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생긴 것인데, 그래도 이땐 그렇게 좌절스럽지는 않다.

쉽게 찾아오는 흔한 바이러스인거고, 병원에 입원해서 익숙하게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치료된 이후로는 몸이 더 좋은 느낌을 받는다.

산책도 자주하고, 머리도 가벼워 공부도 잘된다.

 

6개월 동안은 신장수치가 조금씩 올라간다.

그래도 걱정하지마라. 안정화 기간이다.

 

아주 천천히,

8개월은 지나자 드디어 처음으로 신장이 정상수치로 돌아온다.

 

그리고 일자리를 찾게된다.

이때부터는 너는 아주 설레고, 기쁨에 찰 것이다.

면접을 보러 다니며, 바쁘게 지내기도 하고 스스로 여러 생각을 하게된다.

 

처음으로 밖을 오래 돌아다니려니,

조금은 겁이 날 거다.

이것도 걱정하지 마라.

 

너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채워줄 것이다.

배려와 응원으로 넌 조금씩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간다.

 

회사를 들어가고 옮기지만, 달라진게 있다면 인간관계의 소중함이다.

잠깐의 인연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그리고 넌 점점 의식하지 못할정도로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네가 꿈꾸던 평범한 그런 삶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을 했다가 퇴근을 한 후 하루의 남은 시간을 즐기다가 잠이 드는 삶.

더 이상 투석도 피곤함도 없는 그런 하루를 보내게 된다.

 

2019년 12월 31일에 업로드한 글

 

그리고 날 만날 것이다.

이미 난 2021년을 보내고 있어 만날 순 없겠지만,

늘 그런대로 걱정하지말자.

 

나도 2021년을 처음 가보는 거라 말을 못해주겠지만,

열심히, 조심히 살고 있을게

걱정말고 천천히 와.

 

그리고 2021년 말에 다시 널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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