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놀래키며, 더 나은 내일로 우리를 데려가기 위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digital)의 어원은 라틴어 디지투스(Digitus), 손가락이라는 뜻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손가락으로 무엇을 셀 때, 하나, 둘, 셋, 넷 자연수 단위로만 셀 수 있어 중간값을 취하지 않아 0과1로 이루어진 디지털의 어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디지털의 근원은 아날로그인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편리를 위해 디지털이 진화한 것이 아닐까?
뉴트로(new-tro)라는 말을 되새겨보자. 한 때(혹은 지금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마케터들은 이 뉴트로에 빠져 많은 콘텐츠를 양산해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혹 새로운 곳이 늘 주목받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아날로그의 역습은 디지털이 더욱 주목받는 시기에, 디지털 그 밖의 세계, 아날로그가 더욱 주목받는 부분 그리고 디지털로 인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연, 디지털은 우리를 늘 진보된 미래로 데려갈 수 있을까?
3가지 측면에서 이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어떤 집단이든 혹은 시장에서든 주류와 비주류는 항상 존재한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개인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 하는데, 거꾸로 말하면 주류 시장뿐 아니라 비주류 시장도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보통, 우리는 주류의 무언가에 영향을 받고, 이를 트렌드라고 부른다.
주류는 다수, 비주류는 상대적 소수라고 본다면, 여기서 주류란, 디지털이라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 기술은 일상 생활의 수준을 높이고 다른 차원의 일상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예를 들어, 음원 시장이 커져가는 것은 주류(다수)의 필수불가결한 흐름이다. 반대로 기존 시장이었던 LP시장의 쇠락은 비주류(소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비주류 영역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희소성과 소속감이라고 생각한다. 희소성에서 오는 가치, 그 희소성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소속감은 해당 산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본다. 오히려 비주류의 제품이 주류가 되어 희소성이 사라지면, 천천히 그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을 유행이 끝났다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이 아날로그에 비해 갖는 약점이 있다면, 그것은 고객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이 주는 신기한 경험은 ‘신기한’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면, 아날로그가 만드는 신기한 경험은 ‘경험’에 더욱 방점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는 제품을 손으로 만지고, 해당 경험을 하는 결과물이 실재의 여부가 가를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보다 화질이 좋거나, 혹은 최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오히려 더 가볍고, 편한 방식으로 이용자가 더욱 쉽게 이용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갖고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많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점을 뽑자면, 바로 ‘손맛’에 있다.
필름 카메라를 쓰는 손맛 때문에 계속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카메라가 단순히 사진을 찍는 도구가 아니라 찍는 행위를 통해 고객 경험이 더욱 파생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감성과 이성, 어느 쪽이 더 고객을 설득하는 데 유리할까?
디지털을 이야기하며, 가장 큰 차이를 뽑으라면, 그것은 자판을 뽑겠다. 0과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에서 자판을 통해 모니터에서 소통한다. 하다못해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자판을 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이러한 변화는 학교에서도 종종 보게된다.
과거, 공책을 펴놓고 필기하는 학생이 많았다면, 이제는 패드를 꺼내놓고 직접 작성하거나, 녹음 등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일반인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키보드에 익숙한 세대가 많아지다 보니, 글씨를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자판보다 손이 사랑받는 경우가 있다.
연애편지를 생각해 보자. 아마, 대부분 연애 편지를 쓴다고 하면, 자필로 쓰지 키보드로 써서 인쇄해서 주진 않을 것이다. 손글씨가 갖는 행위에 더욱 가치를 주고, 진심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특징이 아날로그가 디지털에 비해 왜 여전히 주목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희소성+소속감, 감성, 진심 이 3가지 요소가 여전히 아날로그가 갖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마음을 설득하고 이해하는 마케터에게 가치있는 덕목이 될 수도 있겠다.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진심을 전할 수 있다면, 마케팅의 성공 확률이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종이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난다. 어느 유럽 도시의 종이책 활용에 대한 논의였는 데, 종이책이 사라진다는 쪽과 살아남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난다.
찾아보니, 비교적 최근 프랑스인들의 종이책 고집 이유에 대한 다큐가 있어서 공유해본다.
종이책의 단점은 명확하다. 일단 전자책에 비해 무겁고, 부피도 커 보관하기에 힘들다. 나도 하도 쌓이는 책이 늘어 도저히 안되겠어서 이북으로 갈아타보고자 이북리더기를 구입했다. 상당히 퀄리티도 좋았고, 실제 눈으로 보기에도 불편함 없이 마치 종이처럼 보였으며 조작도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니였다.
그러나, 지금 다시 되돌이켜 보면 자연스럽게 종이책을 더 구입하고, 선호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크게 2가지로 생각된다. IT 기기의 정의가 아직 독서의 개념보다 그 밖의 활용성에 대해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 이 발상의 전환이 의외로 힘들다. IT기기로 책을 본다는 점에 대해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점이다. 물론,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더 큰 다른 이유는 종이의 맛에 있다.책을 넘기는 감각, 종이 냄새, 무게감이 주는 책의 느낌이 오히려 나를 책을 이끄는 모양새다.이렇게 읽어야 정말 온연히 책을 읽는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아날로그의 가장 큰 매력은 오랜 시간 속에서 나에게 내재된 습관, 취향,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스러움에 있는 것같다. 디지털 카메라가 사양산업이 되고, DSLR의 메리트가 사라져 가는 와중에, 일회용 필름 카메라의 수요가 느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아날로그의 힘이 강력한 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낯선 것의 새로움보다 익숙한 것의 반가움의 힘이 더욱 강력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읽은 책 - 아날로그의 반격
아날로그의 반격 -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어크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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