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나는 마케터라고 대답한다.
실제 직무가 마케팅이기도 했고, 회사 홈페이지에 마케터라고 소개되어 있으니, 그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마케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할 지 참 애매지는 것 같다.
마케팅의 사전적 정의는 '상품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이전하기 위한 기획 활동. 시장 조사, 상품화 계획, 선전, 판매 촉진 따위가 있다.' 라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정의도 다양한 시각으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미국마케팅학회(AMA)는 마케팅이란,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만족시키는 교환을 창출하기 위하여 생각과 재화 및 서비스의 유통, 촉진, 가격 결정, 구상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으며, 마켓4.0을 통해 만난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은 기업이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고 강력한 고객 관계를 구축하여 고객에게 가치를 얻는 과정이다." 라고도 했었다.
현대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에 대해 "마케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고객을 충분히 알고 이해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여 그것들이 스스로 팔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상적인 마케팅은 궁극적으로 판매활동을 필요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마케팅 정의의 공통점을 찾자면, 상품과 고객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행위라고 이해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어떻게 정의할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같다. 여기서 발생하는 가치는 실제 판매일수도 있고, 판매를 돕는 매개체의 역할을 마케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 마케터라고 대답하지만, 어느 한 지점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마케터 역할에 대한 고민때문이다. 이는 여러 채용 공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용 포지션 이름부터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콘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그로스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등 많은 이름으로 마케터가 불리기 시작됐다.
짤막하게 살펴보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콘텐츠 마케터, 고객 데이터, 광고 데이터 등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퍼포먼스 마케터, 그로스 마케터도 데이터를 활용하지만 끊임없이 이를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험하고 시도하며 점진적으로 나가는 역할을 한다. 브랜드 마케터는 기업의 브랜딩을 위한 여러 작업을 수행한다.
물론, 이 여러 마케터들의 일이 앞에서 다룬 마케터의 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있겠으나,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영향으로 점점 다른 직무와 겹치기도 하며 마케터에게 더욱 많은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긍정적인 요소일 지, 부정적인 요소일지는 잘 모르겠다.
얼핏 직무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해당 마케터에게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마케터에게 디자인 제작 능력을 요구한다던가, 영업 지원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생겼다.
개인적으로 몇몇 스킬은 마케터의 의사결정에 있어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것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를 잘못 이해한 기업의 채용공고를 보면 마케터는 모든 부분에 관여할 수 있는 만능 일꾼으로 보고 찾기도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나눠서 할 일을 같은 돈을 주고 마케터 한 명에게 맡긴다는 가 하는 식이다.
처음 마케터의 일을 시작할 때는 기업과 고객의 관계가 중요했다면, (물론 관계는 지금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실제 고객이 우리 회사에 가져다주면 가치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어려운 시장 환경, 오프라인 서비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스타트업 활성화 등 당장 기업의 생존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마케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는 데, 온라인 상의 고객 데이터가 추적가능해짐에 따라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해 졌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채용 시장과 경제 상황이 흘러감에 따라 마케터에게 무엇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그래서 얼마나 성과를 냈는 지, 광고 집행을 얼마나 해봤는 지 등 당장 성과가 더욱 인정받고 있다. 당장 생존이 중요하고, 성과를 보고 싶어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는 틀린 것은 아니나, 처음 질문인 마케팅이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이 애매해지는 것이다.
정말 이렇게 만들어내는 성과가 마케팅이 맞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세스 고딘의 '이것이 마케팅이다.(This is marketing.)'라는 책이다. 세스 고딘은 단기간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마케팅을 멀리하길 충고한다. 정확하게는 선을 지키지 못하는 마케팅이다. 스팸을 발송한다던가, 상품을 과장하고, 가짜 리뷰를 올리는 중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부끄러워 한다.
고객의 공감을 얻고 우리의 제품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팔기 위한 마케팅, 치팅을 하는 것일 분이다. 또한, 단순히 돈을 많이 붓고, 성과를 얻는 마케팅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입소문을 내고 광고를 만드는 것 자체도 매우 중요하나, 이것은 시작이 아닌 마지막 단계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좋은 상품이 선행되어야하고, 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야 차별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광고나 바이럴 마케팅이 가능할 것이다. 시작부터 돈으로 광고부터 쏟아내면 물론, 처음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나 결론적으로는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케팅도 옳은 방법이 존재할 것이다.
세스 고딘이 이야기하는 올바른 마케팅에 대해 몇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① 시장에 집중하자
사람들은 우리가 만든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그 물건이 자신을 위해 뭔가 해주길 바란다. 그 물건이 자신에게 안길 느낌을 원한다. 우리가 고를 느낌의 종류는 많지 않다. 대다수 마케터는 근본적으로 느낌을 전달한다. 다만, 다른 방식, 다른 서비스와 제품 그리고 이야기로 그 일을 할 뿐이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용할 때 느끼는 감정, 소속감, 유대감, 위상이나 다른 바람직한 감정을 느꼈다면 이는 가치있는 마케팅을 한것이다. 그러니, 마케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이 2가지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한다. 이는 울이가 일을 진행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실리콘 밸리는 종종 기술에 이끌리고, 벤처 캐피탈은 돈과 최신 기술에 이끌린다. 마케터는 시장 자체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시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무엇에 관심을 이끌리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해야한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장 안에서 영향을 미치고 새롭게 개선시켜나가는 것이다.
기존 마케팅에 이끌리면 페이스북 최신 데이터 분석, 새 로고의 디자인, 가격 설정 모델과 같은 기술과 겉모습에 집중하게 된다. 시장을 이끌려면 고객과 그 친구들의 희망과 꿈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왜 짜증이 났는지, 귀를 기울이고 문화를 바꾸는데 투자하게 된다. 시장을 따르면 오래갈 수 잇따.
② 더 나은 것을 위한 집중 '누구를 위하는가?'
공감은 마케팅의 핵심이다. 사람들은 마케터가 믿는 것을 믿지 않는다. 마케터가 아는 것도 알지 못한다. 때로는 마케터가 원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는 마케터에게 큰 딜레마로 작용한다.
마케터가 맡은 프로그램에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할수도 없고, 얼마나 열심히 일을 준비했는 지, 얼마나 많은 고민끝에 만든 것인지를 상대방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다.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더 나은 일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 판단은 고객에게 의해 이뤄진다. 더 낫다는 것은 가격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수 많은 기준 중 가격도 그중 하나일 뿐이고, 스타일이 좋다거나 멋있다, 있어보인다와 같은 주관적 요소들도 모두 포함한다.
그럼, 그 판단은 어떻게 하는 지 보면,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최고라는 점에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친환경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디자인이 중요한 사람인지, 가격이 중요한지는 각 자신에게 맞춰져있다. 그럼 마케터의 할 일은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이 모여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우리 제품이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지, 그럼 그 사람은 어디에 모여있는 지 알아야하며, 반대로 모여있는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이 사람들이 찾고 있는 제품을 가져왔다는 신호탄을 터트릴 줄 알아야한다.
③ 광고는 특수한 사례일 뿐,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동력은 아니다.
미디어회사, 통신 회사, 배송 회사는 모두 같은 일을 해서 돈을 번다.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을 파는 것이다. 잡지나 온라인 채널 혹은 TV를 통해 광고를 싣을 수 있다. 마케터가 돈을 지불하면 약속한 인원들에게 광고가 도달하도록 진행될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는 애써 얻어낼 필요가 없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상황에서 가진 예산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사들일 수 있다. 이는 2가지를 의미한다.
좋은 소식은 효과가 있는 광고 방식을 찾으면, 빠르게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확하게!
반대로 나쁜 소식은 그 효과가 있는 광고 방식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시도하지 말아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무엇을 왜 해야하는 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돈만 낭비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TV를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TV 광고는 결국 사람들 입장에서 소음에 불과하다. 우리 기업은 이 정도로 광고를 할 수 있어라고 하는 대기업의 일종의 세금일지도 모른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매체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살펴보자.
④ 마케터는 긴장을 창출하고, 추친력은 긴장을 해소한다.
좋은 기회를 놓친다는 두려움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저렴하게 물건을 살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라는 긴장에 의해 말이다. 이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새로운 소셜 애플리케이션이 나왔다. 일찍 가입하면 나중에 가입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친구들을 찾고 어울릴 수 있다. 그러니, 뒤쳐지지 않는 것이 좋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청구서를 처리한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당신은 목요일까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한다.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 슈프림은 운동화를 250켤레만 만든다. 당신은 한 켤레를 사면서 친구에게 살지 안살건지를 물어본다.
우리는 이처럼 배제되거나, 뒤쳐지거나, 모른다거나, 무력하다는 느낌을 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동조하고 싶어하고, 협력하고 싶어한다. 마케터는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와서 자극하기 전까지 이런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케터는 의도적으로 이런 간극을 만듦으로서 사람들이 건너뛰어야 하는 계곡을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신경쓰고, 동류 집단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신경쓴다.
긴장을 만들어내고, 소비자에게 '안쓰면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서 자극한다. 소비자는 동류 집단에 속하기 위해, 남의 시선 때문에 혹은 스스로 해당 집단과 부합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의도에 따르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은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마케터의 역할, 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케터는 한 사람의 삶을 바꾸려는 사람과 같다. 그들의 일상에 들어가 더 나은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는 마케터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이를 설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책을 읽었음에도 당장은 나도 매출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광고비를 더 늘려야 할지, 광고비 문제가 아니라면 어떤 콘텐츠로 새로운 고객을 데려오고, 매출을 증대할 지 고민할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성과를 간과할 수 없지만, 왜 우리 서비스가 필요한지 더욱 고민해볼 계기가 될 것 같다. 누구에게 이 서비스가 왜 필요하고, 나아가 이 서비스를 통해 상대방의 무엇을 바꿀 수 있는 지 더욱 고민한 후 이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돈과 피싱 문구로 사람들을 불러오는 것의 힘은 크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더 강력한 힘은 고객이 만들어내는 감정적인 변화, 행복, 만족, 기쁨 등에서 발생하는 로열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은 마지막에 묻는다.
당신이 지금 하려는 마케팅이 자랑스러운가?
글 서문에 대한 답은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한 사람의 세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드는 메시지로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나는 내 일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읽은 책 - 세스 고딘의 <마케팅이다.(this is marketing)>
마케팅이다 - 세스 고딘 지음, 김태훈 옮김/쌤앤파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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